구글베이비 Google baby 2009
지피 브랜드 프랭크
EIDF 2009 개막작
구글베이비란?
세계적인 미국 인터넷 검색 엔진 회사인 구글(google)과 아기(baby)의 합성어다. 그리고 세계화 시대에 등장한 3대륙에 걸친 아기 생산 방식을 의미한다.
도론은 그의 동성애 파트너와 함께 기증받은(구매한) 난자와 정자를 대리모에 이식시켜 딸을 얻는다. 그는 아기를 얻기 위한 물질적 비용으로 가지고 있던 아파트를 한 채 처분했고, 9개월을 마치 임신한 듯이 기다렸다. 그리고 자신에게 대리출산에 관한 질문을 쏟아내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고 첨단 의학과 대리모를 통한 아기 생산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든다. 그는 난자 기증자(판매자)를 소개하고 얻어진 난자를 인도로 배송하는 역할을 한다.
인도에 있는 한 클리닉에서 아이가 태어난다. 불룩한 배를 붙잡고 산통을 느끼는 산모는 갈색 피부에 까만 머리를 가진 인도 여인.
하지만 그녀의 배를 갈라 끄집어 낸(제왕절개) 아기는 하얀 피부에 금발이다. 그녀는 미국의 한 부부를 위해 열달 동안 대리모 역할을 수행했다. 가난한 그녀와 그녀의 남편은 집을 사기 위해 이런 결정을 했다. 그녀의 남편은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한다.
클리닉에 대리모를 의뢰하는 주문은 끊이질 않는다. 리스트가 꽉 차 기다려야 하기도 한다. 클리닉의 병실에는 한 방에 대여섯 명의 인도인 대리모들이 2개월, 5개월 혹은 7개월 된 태아를 끌어안고 살아가고 있다. 알과 고기를 얻기 위해 총총히 가두어 기르는 치킨 타워가 연상되는 건 왜일까.
난자 제공으로 금전 거래가 오가는 시장을 형성했다. 기증자의 가치는 물론이고(기증자라는 말 대신 판매자라는 말을 써야 옳다. 그것이 보기 불쾌할 수록 더더욱!!!!) 인간 생명 자체의 존엄을 가치 평가하는 것이다. 합목적성을 잃고 도구로 전락한 여성의 몸은 어떠한가. 게다가, 더 위험한 것은 그들이 제 3세계에 사는 빈곤층 여성들이라는 것이다. 국가, 인종, 피부색, 성별 등에서 모두 약자로 배제될 수 밖에 없는 그녀들의 몸은 단지 인간을 일구는 '밭' 정도로 여겨졌다.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니 상관없지 않느냐고 따져묻기 전에 애초에 이건 불공평한 계약이다. 그리고 설사 '불임부부' 혹은 '동성애 부부'의 간절한 소망일지라도, 이미 그 시장을 통해 중간에서 이익을 취하는 브로커들은 그들 사이에서 더욱 횡행한다. 암시장이 생겨나면 고통받는 것은 오히려 '판매자'와 '구매자'가 될 것이다.
또한 스스로 대리모가 되겠다고 나서는 제3세계 여성들에게 그것이 진정 자발적인 의사결정이었는지에 관해서도 물어야 한다. 대리출산을 한 돈으로 집을 마련한 여성의 남편이 '대리모가 아니면 어떻게 내 아들을 장교로 만들 수 있겠어요? 앞으로 들어갈 돈이 얼마나 많은데'라고 말하는 장면에선 정말 소름이 끼쳤다.
너무 일상적인 권력 관계 속에서 신체는 생각보다 쉽게 거래된다. 존엄성을 따지는 일이 고루해 뵌다면, 그래, 기왕 거래가 된 마당에 이제는 어떤 관계 속에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살펴봐야할 때인 것 같다. 게일러빈은 '여자거래'에서 젠더는 거래의 규칙을 표시하는 일종의 낙인이며, 이것은 어떤 이가 원래는 가지고 있지 않던 권리를 다른 이의 권리로부터 가져와서 이들에게 주는 것이라 했다. 그리고 이 권리가 양도되는 과정은 매우 일상적으로 재생산되며 비대칭적인(대개 여성에게 불리한) 과정이다.
작년이었던가, 학생회관 3층 여자화장실 문에 손톱만한 종이가 붙어있었다. 아주 은밀하게(?) 숨겨놓듯 붙여진 그 종이에는 놀랍게도 난자 기증자를 구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 사진은 석순 32집에 실었다) 나와 내 동료들은 난자를 구하는 이 불임 여성은 고려대학교 화장실에 종이를 붙임으로써, 적어도 2세의 똑똑한 머리를 조금이나마 기대했을거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학력이 2세의 두뇌에 영향을 미친다는 백퍼센트 보장은 없지만, 적어도 가능성쯤은 염두에 두었겠지)
영화에도 나오지만 난자 기증자(판매자)를 찾을 때 마치 인터넷 쇼핑몰에서 마음에 드는 옷을 고르 듯 기증자의 사진이나 신상명세를 보고 고를 수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이 여자는 어때?' '쌍꺼풀이 없잖아, 난 우리 아이가 쌍꺼풀이 있었으면 좋겠어' '그럼 이 여자는?' '좀 사나워 보이지 않아?' '이 사람은 어때?' '나이가 너무 많아. 난자가 건강하지 않으면 어떡해!'
선의의 기증자가 존재하고 가치 교환을 배제한 의사결정이 오갈 때, 충분한 인간적 배려와 법적 완충장치가 받쳐졌을 때 조금은 고려해볼만 하겠다. 정말이지, 최근 한 방송사 드라마도 대리모를 다루고 있던데, 그것이 언제나 여성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생각할까봐 겁이 난다-_- (그 드라마에서도 여성은 경제적 약자이고 자신의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대리모의 길을 택한다)
영화 속의 한 난자 기증자인 여성은 배란을 돕기 위해 스스로 주사기를 배에 찌르면서 스스로를 생식기관을 조절당하는 로봇 같다고 했다. 또한 난자 기증을 위해 인공적인 배란 촉진제를 맞는 것은 나중에 암에 걸릴 위험이 있다고 말했지만 난자를 제공하고 받은 돈의 액수를 생각하면 그다지 문제되지 않는단다.
카메라는 덤덤하게 현상을 비춘다. 아니 오히려 현상들이 너무 덤덤하고 처음부터 그러하듯이 흘러가서 더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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